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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봉식의 등을 두드렸다.영숙이의 생각은 덧글 0 | 조회 362 | 2020-03-20 17:40:52
서동연  
아빠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봉식의 등을 두드렸다.영숙이의 생각은 꼬리를 물고 사라질 줄 몰랐다.“평범한 사람들은 남녀가 모두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보아야겠지.”민자는 귀여운 눈으로 영숙이를 쳐다보면서 빨간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왜 식구들하고 떨어져서 사니?”3월 말의 어느 날 밤이었다. 영숙이는 엄마 심부름으로 가게에 갔다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앞 숲속 벤치에서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영숙이는 호기심으로 벤치 가까이 갔다. 민자가 흐느끼면서 울고 있었다. 민자네가 영숙이네 아파트 바로 아래층으로 이사온 것은 1년도 훨씬 넘었지만 민자네와 영숙이네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선생님까지 저를 몰아붙이시는 건가요? 어떻게 엄마와 저를 비교합니까?”두 분은 기분이 좋아서 서로 잔을 주거니 받거니 거나해졌다. 엄마가 가끔 말참견을 하면서 같이 웃었다.봉식이는 아빠의 일기를 읽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일기의 내용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아빠가 봉식이 자신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젊은 시절을 보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영숙이는 첫 번째 서랍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볼펜과 연필, 그리고 친구들이 보낸 편지가 마구 뒤섞여 있었다.숭고한 이웃 사랑“민자야, 나도 네가 고맙다. 그처럼 삶에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거야. 나는 너한테 해줄 것이 없어. 다 네가 결심하고 실행해서 얻은 결과야. 자신이 결심하고 최선을 다하면 더 이상 후회할 것이 없다고 언제나 우리 엄마 아빠가 말씀하셨어. 나는 그것이 바로 삶의 진리라고 믿어.”“좀 생각해 보렴. 자기네만 위하고 남의 는 돌 않으니까 이기적이라는 것이야. 그렇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모성애와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야. 하나님의 사랑은 온누리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일요일 아침 영숙이네 식구가 아침식사 중인데 전화 벨이 따르릉 울렸다.아홉 시가 조금 넘었을 때 벨 소리가 났다. 엄마가 급히 뛰어나가 현관 문을 열었다.영숙이의 물음에 아빠는
남자나 여자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아빠의 주장이 그럴듯하지만 영숙이는 그러한 아빠의 말이 지나치게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또 한편으로 봉식이는 아직 사춘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자기가 중학교 3학년 때 욕구 불만에 가득 차서 부모님에게 이유없이 반항하고 두 번씩이나 가출했던 온라인카지노 일을 돌이켜보면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속으로 뇌까리면서 웃었다.“여보게, 자네는 평소에 고기를 전혀 못 먹은 사람 같네. 자네가 먹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가 저절로 불러오르는 것 같네. 그런데 요새 땅투기니 아파트 투기니 하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때? 정신 의학적으로 좀 해명할 수 있겠나?”우리는 그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굴도 까먹고 헤엄도 쳤다. 마치 오래 사귄 친구처럼 서로 흉허물이 없었다.“엄마, 실컷 잤어요. 벌써 아홉 시 반이 넘었네. 그런데 아빠와 오빠는 어디 갔어요?”최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잔잔하게 엷은 미소를 짓고 깊고 큰 눈으로 영숙이를 그윽히 내려다보고 있었다.세진이는 영희 누나의 일을 까마득히 잊었는지 새로 피아노 배우러 들어온 여고 1학년 학생 광자에게 아주 빠져 있었다. 광자만 오면 옆에 누가 있든 없든지 간에 호들갑을 떨었다.“그래도 엄마, 성과 성욕은 똑같은 것이 아닐까요?”“그래, 고생이 많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너 혼자만 대학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은별이와는 늘 속을 털어놓고 지내고 서로 관심과 이해와 존경을 버리지 말도록 하렴. 그런데 영숙이는 성당에서 남학생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니니? 그 중에서 각별히 사귀는 남학생이라도 있니?”“아빠가 지방에서 고등학교 나온 것도 알고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미대에 진학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일인데요.”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아침이 와서 마당의 달맞이꽃이 하나둘 봉오리를 닫아 버리듯 피아노가 있는 파란 양옥의 빛이 바래 가고 있다.“자, 이것 봐. 중간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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